Level: Ragnarok (Novela) Capítulo 194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94화
성일환이 나왔던 게이트.
그 게이트의 모습은 지금까지 수호가 보아 왔던 게이트들과는 사뭇 달랐다.
일반적인 게이트들은 기본적으로 그 형태가 둥글다.
물론 그 크기가 조금씩 다르거나, 모양이 일그러질 수는 있어도 기본적으로는 허공에 뻥 뚫린 ‘구멍’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반면에 성일환이 빠져나온 저 게이트는 ‘균열’ 그 자체.
마치 차원의 벽이 마구잡이로 갈기갈기 찢겨서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듯한 형상이었다.
그 모습은…….
‘빙하 던전에서 보았던 하늘과 똑같아.’
수많은 균열이 엉켜서 갈기갈기 찢겨 있던 빙하 던전의 하늘.
스케일은 많이 작아도, 그곳의 풍경과 비슷하다고 수호는 생각했다.
“미리 알아 둬라. 이 너머는 일반적인 던전이 아니다.”
성일환은 수호와 나란히 게이트 앞으로 걸어가며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말에 전직 이타림의 대사제였던 그리드와 일반 사제였던 아이언이 그 뒤를 따르며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했다.
[소군주님, 이곳 양평에는 그동안 여러 개의 필드형 던전들이 의도적으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그 필드형 던전들이 점점 영역이 넓어지다가 이내 하나로 합쳐지게 됐지요.]
[그렇게 되면 균열이 더욱 뒤틀려 차원의 벽이 더욱 심하게 찢어지게 됩니다. 바로 이렇게.]
이른바, ‘균열의 합일’ 혹은 ‘균열의 가속화’라는 현상.
하지만 이런 어려운 표현을 쓸 것도 없이, 수호 어린이의 가정교사였던 베르가 아주 쉽게 설명해 주었다.
[간단한 원리입니다. 하나의 게이트를 ‘점’이라 치면, 두 개의 게이트가 서로 이어지면 ‘선’이 됩니다. 그리고 3개 이상의 게이트가 서로 연결되면…….]
콰오오오-
[……이렇게 ‘면’이 되지요.]
베르는 가늘게 뜬 눈으로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게이트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여기에 이타림의 수작질이 한 숟갈 곁들어지게 되면, 이렇게 ‘공허’로 향하는 게이트가 인위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것 같나이다.]
“공허?”
[예. 차원의 틈새 말입니다.]
‘던전’이란 지구와 동떨어진 다른 차원의 세계를 말한다.
‘게이트’는 그 두 개의 차원을 이어 주는 통로를 뜻했고.
그리고 ‘공허’란, 말 그대로 그 차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틈새.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 무엇도 존재할 수 있는 허무의 공간이죠.]
바로 성진우가 그림자 군단을 이끌고 군주들을 찾아서 정처 없이 떠돌았던 세상이 바로 이 게이트 너머에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외신교에서도 이 현상을 이름 그대로 ‘보이드(Void, 空虛)’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외신교의 최종 목적은 이 ‘공허 게이트’를 지구 전역으로 확산시켜서,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이 있는 외우주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초대형 균열을 만드는 것이지요.]
전직 대사제와 사제들을 병사로 만들었더니, 내부 정보가 술술 나오고 있었다.
[애초에 외신교가 예배당을 굳이 이곳에 지은 이유 또한, 이 공허 게이트 근처에 신상을 만들어야 이타림의 의식을 연결할 수 있기 때문…….]
“자, 잠깐만요.”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에실이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성일환의 옷자락을 뒤에서 붙잡았다.
“그러면 이 게이트 안에 들어가면 이타림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 아닌가요? 아무 대비도 없이 이대로 들어가도 돼요?”
에실의 우려에 성일환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에실의 머리를 토닥거렸다.
“그건 아니란다. 이미 내가 한번 들어가 봤잖니.”
[고작 던전 서너 개가 합쳐진 걸로는 외우주까지 닿지 못합니다.]
[그랬으면 진즉 이타림의 침공을 받았겠지.]
“쿨럭.”
그때 다시 성일환의 입에서 각혈이 터졌고, 모든 설명을 들은 수호는 이제야 비로소 성일환의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달았다.
하나의 별조각이 ‘점’이라면, 두 개는 ‘선’.
그리고 세 개 이상…….
아니 지금 저렇게 수십 개의 별조각을 한 몸에 박고 있는 성일환의 몸에서는 지금 ‘보이드’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할아버지의 몸에서 지금 공허 게이트가 발생하려는 거군요.”
“허허. 그래, 이해가 빠르구나. 일종의 걸어 다니는 게이트인 셈이지. 이대로 있다간 내 몸은 결국 갈가리 찢겨서 차원의 틈새를 만들어 낼 거다.”
“……어서 들어가죠.”
수호는 굳은 표정으로 게이트 안으로 발을 들였다.
임시방편에 불과하지만, 당장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몸에서 차원의 틈새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직접 차원의 틈새 안으로 들어가는 것뿐이니까.
슈와아악-
그렇게 그들은 불길하게 이글거리는 게이트를 통과해, 공허로 들어갔고.
곧이어 기괴하게 일그러진 세상이 그들 앞에 펼쳐졌다.
저 멀리 탁 트인 지평선이 보였고, 뒤죽박죽 혼잡한 일렁임이 가득한 땅.
이곳이 바로 차원의 틈새, 공허였다.
“베르.”
[예.]
수호가 이 기괴한 세상을 주시하며 베르를 불렀다.
“여기가 바로 아버지가 수십 년을 떠돌았다던 곳인가.”
[그렇나이다. 광룡들의 무덤 같은, 군주들의 차원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정처 없이 떠돌며 길을 찾아내야 했지요.]
수호의 넋두리 같은 말에 베르는 그때를 회상하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보면, 그 여정은 참으로 길고도 막막했나이다. 언젠가 주군께서 표현하시길, 사막 위를 떠도는 기분이라고 하셨지요.]
“사막…….”
그 말이 주는 울림에 수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성일환 또한 그 말에 입술을 질끈 물고 중얼거렸다.
“그래, 이곳이 우리 진우가…….”
성진우,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이 세계를 지키겠다는 사명을 안고 수십 년을 떠돌았던 이 공허한 세상.
한참이나 늦게 이곳을 바라보게 된 아버지로서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천만다행히도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성일환의 몸에서 불길하게 일렁거리던 균열 현상은 감쪽같이 안정화되었다.
그와 정확히 같은 처지였던 그리드는 그 모습에 크게 안도하며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외신교의 대사제들은 가급적 이 안에서만 지내는 것이 안전합니다. 잠깐의 외출 정도야 문제없지만, 아까처럼 별조각의 힘을 과도하게 사용한 뒤에는 서둘러 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육신이 산산조각 날 수도 있지요.]
그 말에 수호가 다시금 성일환의 안색을 살폈다.
“할아버지, 이젠 좀 괜찮으세요?”
“그래. 거뜬하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던 성일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컨디션이 좋아져 있었다.
포션을 열심히 마시게 한 효과가 이제야 드러난 것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성일환 님께선 앞으로 계속 이 안에 갇혀 지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베르가 성일환을 보며 매우 침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였다.
수호가 그리드와 아이언을 돌아보며 물었다.
“별조각을 몸에서 뜯어낼 방법은 없을까?”
[상당한 위험을 자초해야 합니다. 하나 정도라면 모를까, 대사제급은 전신에 별조각이 가득해서…….]
“그럼…… 차라리 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계시게 하는 방법은?”
[그림자 세계 또한 던전이나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공허 안에서만 계시는 것이…….]
“으음…….”
이런저런 고민을 해 봐도 결론이 똑같자, 수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침울해진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성일환은 애써 너털웃음을 지으며 수호의 등을 두드렸다.
“허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다. 진우는 여기서 수십 년을 떠돌았다는데, 한동안 이 안을 여행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네 할머니가 너무 걱정할까 봐 문제인데, 마력만 안 쓰면 잠깐씩 외출하는 건 가능하다니까 그것도 문제없고 말이다. 아, 말 나온 김에 잠깐 다녀와야겠군.”
“아, 할머니.”
그제야 아직도 협회에 남아서 안절부절못하고 기다리고 있을 할머니와 고모가 떠오른 수호였다.
* * *
“여, 여보!”
“아빠아-!”
수호와 성일환이 함께 양평 지부로 돌아오자, 그곳에는 많은 이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수호의 할머니와 고모가 울면서 성일환에게 안겨 들었고.
수호는 시선을 돌려, 그 뒤에서 거의 전쟁 준비를 불사하고 있는 협회 헌터들을 쳐다봤다.
“성수호 헌터님, 잘 오셨습니다.”
한재혁 팀장은 블랙마켓을 치기 위해 당장 소집 가능한 협회의 모든 전력을 불러 모은 상태였다.
그가 투지를 불태우며 수호에게 다가왔다.
“이미 양평 지부장을 심문해서 모든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같이 가 주시겠습니까?”
“항상 한발 늦으시네요.”
“감사합…… 네?”
“다 끝났는데요.”
“예? 그게 무슨 말씀…….”
“죽일 놈들은 죽이고, 나머진 전부 잡아 뒀습니다.”
“……?”
당황하는 한재혁 팀장의 표정에 조금 머쓱한 수호였다.
수호는 돌아오는 길에 블랙마켓에 있던 악마들은 죄다 죽이고 경험치를 벌었다.
그리고 블랙마켓을 이용하던 헌터들은 고스란히 협회 헌터들에게 체포되었다.
그들은 빌런이라기보단 탈세 혐의로 잡힌 것이다 보니,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한재혁 팀장은 말했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의 처분이 남아 있었다.
“시중에 판매된 별가루 목걸이는 협회에서 전부 몰수하기로 결정됐습니다. 블랙마켓에 있던 별조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그것들의 처분은 어떻게 됩니까? 이번 일에 대한 잘못은 협회 측에도 있을 텐데요.”
“일단 그 부분은 협회장님께서 아직 북한에 계셔서 구체적인 방안은…….”
“협회장이라…….”
오싹.
순간 수호와 대화를 하던 한재혁 팀장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제가…… 협회를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 겁니까.”
“……!”
자신을 응시하는 수호의 검은 눈동자를 마주하자 아득한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기분 탓이었을까?
진득하고 무거웠던 공기가 갑자기 훅, 하고 가벼워지더니, 수호가 한재혁 팀장을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차라리 이렇게 하시죠.”
“……예?”
“어차피 이번 일로 협회는 신뢰를 잃었고, 블랙마켓도 제가 해결했으니까, 별조각들은 전부 제가 갖겠습니다. 회수한 별가루 목걸이들도요.”
“아니, 그건 좀…….”
“참고로 이건 제안이 아닙니다.”
“…….”
수호에게서 느껴지는 고요한 기세에 더 이상 한재혁 팀장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 * *
수호는 그렇게 모든 별조각과 전국에 퍼져 있던 별가루 목걸이들을 고스란히 협회에게 넘겨받게 되었다.
“그래서 이걸 어디에 쓸 거냐고?”
베르의 물음에 수호는 곧장 상점창을 열었다.
“전부 골드로 팔아 버릴 거야.”
[키에엑! 그런 좋은 방법이……!]
수호의 현명함에 베르는 크게 감복했다.
하지만 수호의 계획은 고작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짤그락. 짤그락.
별조각과 별가루 목걸이의 양이 상당하다 보니, 한동안 바닥을 보이던 상점 골드가 빠른 속도로 쌓여 갔다.
그리고 수호는 이 골드를 이용해서 포션을 잔뜩 구매했다.
바로 마나 포션을.
[키엑? 힐링 포션이 아니옵니까?]
당장 성일환의 상태를 호전시킬 방법을 찾을 줄 알았던 수호가 갑자기 마나 포션을 구매하자, 베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포션으론 부족해.”
수호는 이미 블랙마켓의 악마들을 죽이는 과정에서, 이마에 박혀 있는 별조각을 뜯어내도 무사한지를 실험을 해 본 상태였다.
결과는 전부 실패.
그들은 전부 머리가 깨져 죽고 말았다.
즉, 포션 따위로는 성일환을 구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생명의 신수를 만들어야겠어.”
[……!]
수호의 말에 베르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수호는 생명의 신수 재료들을 떠올렸다.
1) 메아리 숲의 샘물.
2) 세계수의 파편.
3) 정화된 악마왕의 피.
수호는 이전에 세계수의 파편에 대해 죽은 군주들에게 물은 적이 있었고, 그때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다.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가 어깨를 으쓱입니다.]
[벌레들의 왕, 역병의 군주가 골똘한 표정으로 갸웃거립니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아마도 세계수의 위치를 아는 존재가 있다면, 단 한 명뿐일 거라 말합니다.]
그 한 명이란 바로…….
마령들의 왕, 환계의 군주.
마음대로 게이트를 열어서 온 차원을 넘나드는 능력을 가졌던 환계의 군주 요그문트만이 그 위치를 알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죽고 없는 환계의 군주에게 물을 수 있는 방법 또한 딱히 떠오르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막막해하던 그때.
수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최후의 전투.
그림자 군주 성진우가 가장 마지막까지 싸웠던 최강의 군주, 용제.
애초에 그 용제가 최후의 순간까지 성진우와 전투를 벌일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던가?
환계의 군주가 그에게 협력하여 용제의 군대를 위해 수도 없이 게이트를 열어 주었기 때문이 아니던가.
그러니까.
“용제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몰라.”
슈와악!
[그림자 던전에 입장합니다.]
턱.
수호는 피라미드 구석에 보관 중이던 ‘카미쉬의 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 엄청난 양의 마나 포션들을 쌓아 두고, 그중 하나를 입에 물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놈, 내가 오늘 안에 부화시키고 만다.”
슈와아아아-!
그렇게 카미쉬의 알에 엄청난 마력이 주입되기 시작했다.
끝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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