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Ragnarok (Novela) Capítulo 193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93화
‘나는…… 누구인가.’
검은 심연.
사후의 바다를 향해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황동수의 영혼은 주마등을 보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촤라락.
그의 눈앞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파노라마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뭐, 이렇게 봐도 그리 대단한 인생은 아니었다.
그냥 남들보다 조금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하나뿐인 형에게 무능하다는 이유로 버림받았고.
운 좋게 S급 빌런이 되기는 했는데, 곧장 그 빌어먹을 최종인과 우진철에게 쫓기게 되었고!
그러다 만난 것이 바로 ‘그놈들’이었다.
‘외신교’
처음엔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사이비 종교의 형태를 띤 다단계 회사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생각보다 벌이고 있는 사업도 다양하고, 규모도 제법 되는 놈들이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피해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지독함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믿음이 가기도 했다.
속내를 감춘 채 위선을 떠는 놈들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제 욕망을 감추지 않는 놈들이 상대하기 훨씬 편했으니까.
게다가 협회를 피해 활동하던 황동수에겐 마침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그런 면에서 외신교는 정보력이 상당히 쓸 만한 놈들이라서 이용 가치도 있었다.
그에 황동수는 기꺼이 외신교와 손을 잡았다.
황동수는 그들에게 힘을 빌려주고, 그들은 황동수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서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동등한 거래 관계.
그래,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었다.
‘아아, 그러다 양평까지 왔었지…….’
황동수 입장에서 이번 의뢰는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양평에 발생한 필드형 던전을 아무도 모르게 공략해 달라는 것.
정확히는 그곳의 마수들을 전부 소탕해서, 외신교가 그 앞에 암시장을 열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지극히 간단한 의뢰였다.
하지만.
‘……보기 좋게 놀아나 버렸군.’
크득!
황동수의 영혼이 사납게 이를 악물었다.
죽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이 든 것이다.
외신교가 자신에게 무슨 짓거리를 했는지가 기억이 났다.
양평의 필드형 던전.
그곳에는 처음부터 수상한 주술진이 펼쳐져 있었다.
그때는 그게 던전의 특성인 줄 알았으나, 사실 그 주술은 외신교가 황동수를 위해 준비한 함정이었다.
그리고 황동수는 그곳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보기 좋게 그 주술에 걸려든 상태였다.
마치 거미줄에 사로잡힌 사마귀처럼.
-이타림이시여!
……그렇게 황동수는 외신교의 대사제가 되었다.
그 후 그는 진심으로 이타림을 경배하고, 그들이 내린 명을 대가 없이 따랐다.
예배당에서 열렬히 기도를 하고 있노라면, 언제나 저 위대한 세계 어딘가에서 외신 이타림께서 위대한 계시를 내려 주곤 했다.
[별가루를 널리 퍼뜨려라.]
[그리하면 이 땅에 거대한 문이 열릴 것이다.]
[문을 열고 이타림이 오리라.]
[이타림이 오리라…….]
아아, 이타림이시여!
‘……그딴 개소리에 내가 놀아나다니!’
크아아아아아-!
황동수의 영혼은 분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저 까마득한 아래에서 자신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사후의 바다가 보였다.
저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왜일까?
외신교에게 놀아난 것이 분해서?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어서?
아니다.
그보다 더욱 근원적인 이유가, 더없이 중요한 사명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아아아-!
황동수의 영혼이 입을 벌려 포효했다.
두 팔을 허우적거리며 자신을 집어삼키는 이 끔찍한 바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저 높은 곳, 자신이 떨어져 내린 저 아득한 하늘을 향해 간절히 손을 뻗었다.
‘나는 이대로 죽을 수 없다!’
‘나는 돌아갈 것이다!’
‘나는……!’
‘나는!’
그 절박한 황동수의 시선 끝, 저 아득한 하늘 위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더없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쿠르릉!
콰르르릉!
이타림의 신상(神像).
외신교가 이타림의 형상을 본따 만든 거대한 석상!
그 거대한 괴물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더없이 작은 인간!
‘……!’
황동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 눈빛을 보았다.
그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는 어둠을 목격했다.
그러자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 중요한 진실을 깨닫는 순간.
한낱 이타림 따위가 아닌, 진정으로 위대한 ‘그분’을 닮은 저 위대한 어둠을 향해!
크아아아아아아-!
[제발 나를……! 이 죽어 가는 나의 영혼을!]
‘그리드’가 포효했다.
[……나의 이름을 불러 주옵소서-!]
콰르릉!
그 순간.
이타림의 신상과 싸우던 ‘수호’가 고개를 돌려 그를 봤다.
그의 눈이 사후의 바닷속으로 서서히 파묻혀 사라져 가는 황동수의 영혼을 발견했다.
그의 간절한 손길을 발견했다.
수호는 주저 없이 손을 뻗어 그를 붙잡았다.
“일어나라.”
……!
“그리드.”
띠링!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크아아아아아!]
그리드가 그 손을 마주 잡고 사후의 바다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활화산 같은 기세로 곧장 뛰어올라, 저 앞에 보이는 빌어먹을 이타림의 신상의 면상에 다짜고짜 주먹을 때려 박았다.
투콰-앙!
신상의 얼굴 반쪽이 폭발하며 박살이 났다.
[크아아악! 감히 네놈이 나를 배신하느냐-!]
엄청난 살기와 함께 신상의 거대한 손이 날아와 그리드의 몸을 짜부라트렸다.
쾅!
하지만.
[감히…….]
신상의 거대한 손바닥을 힘으로 막아 낸 그리드가 그 밑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드 Lv.1]
장군 등급
……!
[그림자 군단이었던 나에게 같잖은 수작을 부려?]
[키에엑! 돌아왔구나, 그리드!]
[그리드!]
베르와 아이언이 환호하며 그리드의 복귀를 환영했다.
그리드도 그들을 알아보고 눈을 빛냈다.
하지만 한가롭게 재회의 기쁨을 나눌 상황은 아니었다.
[모두…….]
아이언과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그림자 병사가 되어 돌아온 그리드는 수호의 정체를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가장 강한 병사인 자신이 맡을 역할 또한.
[소군주님을 도와라! 내가 선봉장을 맡겠다!]
슈와아아악!
그 순간, 모든 그림자 병사들이 그리드를 따라서 이타림의 신상을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공격이 일제히 수호가 공격하고 있는 신상의 목걸이를 향해 퍼부어졌다.
쿠콰콰콰콰쾅!
돌조각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결국 신상의 목걸이가 쩌적 갈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타림의 대사제였던 그리드는 알고 있었다.
신상의 진짜 약점은 목걸이가 아니라 그 안쪽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소군주님, 이때입니다! 저곳을……!]
그리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호는 벌써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강체술.
그 검은 기운이 두 자루의 볼칸의 뿔에 거대한 검은 칼날을 뻗어 냈고.
슈각-!
밖으로 드러난 신상의 핵을 잘라 냈다.
띠링!
[외신교의 신상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콰르르릉!
엄청난 레벨업을 달성한 수호가 기뻐할 새도 없이, 거대한 신상이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근처에 남아 있던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으악!”
아직 살아남은 외신교도들과 악마들, 그리고 일반 헌터들은 머리 위로 돌조각들이 쏟아져 내리자 혼비백산해 흩어졌다.
“할아버지를 보호해!”
수호의 외침에 누구보다 빠르게 튀어 나간 건 그리드였다.
[성일환 님! 제가 구해 드리러 왔습니다!]
“……거, 태세 전환 하고는.”
모든 힘을 쏟아붓고 지쳐서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성일환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순순히 그리드의 팔에 붙들려 그곳을 빠져나왔다.
[괘, 괜찮으십니까?]
“뻔히 알면서 묻는구먼. 쿨럭.”
피식 웃으며 대답하는 성일환의 입에서 각혈이 흘렀다.
그 모습에 그리드가 서둘러 수호의 앞으로 성일환을 데리고 왔다.
[소군주님! 어서 포션을……!]
“……!”
수호는 성일환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라 힐링 포션을 꺼내 그에게 먹였다.
하지만 포션을 받아 마시고도, 성일환의 안색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당연했다.
신상이 파괴되었음에도 여전히 그의 온몸에는 수십 개의 별조각들이 이식되어 있었으니까.
[키에에에엑! 성일환 님!]
“할아버지! 한 병 더 드세요! 이것도, 이것도……!”
수호와 베르가 다급히 마나 포션과 해독 포션을 다 꺼내 그의 입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정작 성일환은 그저 자신을 이토록 걱정해 주는 손주의 모습이 기특할 뿐이었다.
“허허. 호들갑은. 이 할아비 아직 안 죽으니까 그만들 해라.”
성일환은 거뜬한 모습으로 기지개를 켰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몸 곳곳에서는 불길한 푸른 기운이 줄기줄기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드.”
수호가 이타림의 대사제였던 그리드를 노려보며 물었다.
“아는 걸 전부 말해. 할아버지가 지금 어떤 상태인 거지?”
그리드는 지금 성일환과 똑같이 수십 개의 별조각을 몸에 달고 살았으니까 뭔가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전생의 기억까지 전부 돌아온 터라 그리드는 이 중에서 가장 아는 것이 많았다.
[지금 성일환 님의 상태는…….]
침중한 표정으로 입을 여는 그리드의 시선이 성일환의 몸에 박힌 별조각들을 쳐다봤다.
쩌적. 쩌적.
몸에 박힌 별조각들을 중심으로 그의 신체가 미세하게 금이 갈라져 있었다.
[별조각은, 차원의 균열을 일으켜 외우주의 마력을 불러들이는 물건입니다. 말하자면 초소형 게이트와 비슷하지요.]
“게이트?”
그 말에 수호가 눈을 치켜떴다.
“그 말은 지금 우리 할아버지 몸에 수십 개의 게이트가 열려 있다는 말인가?”
……‘우리’ 할아버지라 했다.
“크흐흠.”
수호의 말에 괜히 옆에서 머쓱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씰룩거리고 있는 성일환이었다.
어쩌다 보니 지난 몇 년 동안이나 수호와 사이가 많이 안 좋아지긴 했지만, 그건 전적으로 정보의 격차 때문에 발생한 결과였다.
성일환 입장에선 뻔히 성진우가 그림자 군주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갑자기 실종됐어도 큰 걱정이 안 들었던 건데.
성진우의 아들인 수호 입장에선 그런 할아버지가 야속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옆에 베르까지 있는 것을 보니, 이제 그 오해들은 굳이 화해할 것도 없이 다 풀린 것 같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손주가 안절부절못하며 자신의 안부를 살피는 모습을 보니, 어딘가 간질거리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크흠. 너무 걱정 말거라.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성일환은 우쭐거리는 입꼬리를 최대한 억누르고, 최대한 근엄한 표정으로 수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 눈을 돌려 자신이 빠져나왔던 게이트를 쳐다보며 말했다.
“수호야, 일단 우리 저 안으로 들어가자.”
“예? 던전 안으로요?”
“그래.”
그제야 수호의 시선도 성일환이 가리키는 게이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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