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Ragnarok (Novela) Capítulo 189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89화
 

 

대격변 이후, 우진철 협회장이 걸어온 행보에 대해선 두말하기 입 아프다.

그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존경하는 인물이었고.

동시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의 선택은 늘 옳았으나, 그 과정은 늘 무모하고 과감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뒤에서 여러 공분을 사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헌터 길드들 입장에서는 협회에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인재 영입’에 대한 문제였다.



‘뭐? 또 협회장에게 뺏겼다고?!’

‘예. 그 사람이 각성하자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협회에서 찾아가 영입을 제안했답니다.’

‘아니! 이번 각성자는 아예 마력 검사를 받으러 가기도 전이었다며?! 협회는 대체 각성한 걸 어떻게 알고 찾아간 거냐고!’

‘그러니까요. 하아. 대체 협회의 정보력이 얼마나 좋은 건지…….’



그렇다.

실로 어마어마한 정보력.

우진철 협회장은 신기할 정도로 쓸 만한 각성자들이 나타나면 누구보다 먼저 찾아가서 어떻게든 협회로 끌어들이곤 했다.

그의 그런 행동력은, 인재를 영입해서 세력을 키우고 싶어 하는 헌터 길드들 입장에서는 그를 질색하기 충분한 이유였다.

특히 그중에서도 S급 헌터 ‘최종인’을 우진철이 먼저 채 갔을 때, 수많은 헌터 길드들이 땅을 치고 후회했다는 일화는 워낙 유명했다.

그리고.

“……‘김철’ 선배님도 협회장님이 직접 영입해 온 인재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한재혁 팀장은 아르샤와 대화를 하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막 A급 탱커로 각성하게 된 김철과 우진철이 만나서 나눴던 대화는 워낙 유명한 일화였다.



‘자네는 어떤 헌터가 되고 싶나?’



우진철이 건넨 물음에 김철은 대답 대신 오히려 이렇게 되물었다고 한다.



‘협회장님, 제 좌우명이 뭔지 아십니까?’

‘무엇이지?’

‘착하게 살자입니다.’



씨익.

김철은 사춘기 때부터 늘 마음속에 품고 살아왔던 좌우명을 말하며 우진철을 향해 해맑게 웃었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된 김철이었으나, 그의 미소에는 사춘기 소년 같은 순수함이 묻어나 있었다.

그 눈빛에서 뚜렷이 느껴지는 선한 정의감을 마주한 우진철은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



‘……그 말은, 착한 헌터가 되고 싶다는 말인가?’

‘예. 기왕 이렇게 헌터가 됐으니,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싶습니다.’

‘참으로 훌륭한 마음가짐이군. 협회로 오게. 자네에게 세계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책무를 맡기지.’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덥석.

그렇게 김철은 우진철과 굳게 손을 마주 잡고, 주저 없이 헌터 협회에 들어왔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협회에 들어온 김철 선배님께선 협회에 단단히 실망하셨다더군요.”

한재혁 팀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사실 실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계를 지키는 훌륭한 헌터가 되고 싶어서 협회에 들어왔던 김철.

“그 선배님께 협회장님이 맡긴 일이 바로 이곳, 양평 지부였으니까요.”

[아아.]

그 말에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르샤였다.

양평은 세계를 지키겠다는 포부를 가진 헌터에겐 너무나 한가로운 동네였다.

심지어 이곳엔 부자들도 많이 살다 보니, 질 나쁜 악플러들은 양평 지부장이 부자들을 지키는 개라는 뒷말까지 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러다 결국 김철 선배님께서는 스스로 협회를 떠나셨죠.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는 소문은 그냥 핑계나 헛소문일 거라는 추측들이 많았습니다만.”

[…….]

아르샤는 한재혁 팀장에게 들은 말을 고스란히 수호에게 전달해 주었고.



* * *



실시간으로 아르샤의 말을 전달받게 된 수호는 속으로 조금 놀라고 있었다.

‘우진철 협회장이 직접 뽑아서 양평 지부를 맡겼다고?’

베르에게 듣기로, 김철은 오래전에 성진우가 거느렸던 그림자 군단의 ‘아이언’이라는 병사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구의 시간이 그가 죽기 전으로 회귀하면서, 그는 다시 살아나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되었다.

그림자 병사 ‘그리드’였다가 지금은 S급 빌런으로 살아가는 황동수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 김철이 협회 헌터가 되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는 양평 지부의 지부장으로 살고 있었다니?

그게 과연 우연일까?

‘아니, 절대 그럴 리 없지.’

수호는 바로 돌아가는 상황을 깨달았다.

‘아버지를 위해서구나.’

우진철 협회장은 아버지와 관련된 모든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말은 즉.

‘혹시라도 아버지가 없는 동안에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위험에 빠질까 봐 협회 차원에서 양평을 지켜 주고 있었던 거야. 믿을 만한 사람한테 양평 지부를 맡겨서!’

아마도 우진철 협회장이 생각하기에, 예전에 아버지의 그림자 병사였던 김철만큼 믿을 만한 사람이 또 있었을까.

‘그런데 설마…… 김철이 이런 엉뚱한 곳에서 이타림을 섬기는 사제가 되어 버렸을 줄이야.’

아무래도 그 대단한 우진철조차도 이런 변수까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네가 외신교의 사제라고?”

“그렇습니다.”

“김철이라면, 원래 양평 지부의 지부장이었을 텐데?”

정곡을 찌르는 수호의 물음에 김철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허. 볼칸 님께선 모르는 것이 없으신 분이시군요. 그렇습니다. 한때는 헌터 협회에 몸을 담았던 적도 있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왜 여기에 있지?”

“허허, 참으로 서운한 말씀이십니다. 설마 제가 잠시 협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이 별조각의 성능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수호의 말에 김철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커다란 손바닥을 들어 자신의 이마에 박힌 별조각을 매만졌다.

그러자 별조각에서 상서로운 푸른 기운이 스멀스멀 타올랐고, 그의 손가락 사이로 광기 어린 눈빛이 번뜩였다.

김철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저희 외신교는 신앙심을 증명받은 이들에게만 별조각, 아니 ‘외신석’의 세례를 내립니다. 그러니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그저 협회보단 외신교가 더 세계를 위하는…….”

[당장 죽이시죠. 저딴 헛소리는 더 들을 것도 없나이다.]

베르가 수호의 곁에서 악귀처럼 속삭였다.

죽이자. 죽이자. 죽이자.

죽이자. 죽이자. 죽이자.

[저 타락한 병사 아이언을 당장에 쳐 죽여서 다시 그림자 군단으로 돌아오게 하셔야 하나이다!]

“……허허. 볼칸 님, 잠시 진정 좀 하시지요. 아시다시피 우리끼리 반목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베르가 뿜어내는 기운 때문인지, 김철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손수건으로 톡톡 닦으며 말했다.

수호는 슬그머니 발로 베르를 밟아서 진압시킨 뒤, 김철을 바라보며 근엄하게 입을 열었다.

“묻겠다, 외신교의 사제여.”

아무리 볼칸인 척 흉내를 내고 있어도, 이거 하나만은 진짜 궁금해서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허허. 악마 귀족께서도 모르는 것이 있으셨군요. 예. 무엇이든 물어보셔도 됩…….”

“혹시 별조각을 인간에게 심으면 부작용 같은 게 있나? 너처럼 머리카락이 빠진다거나.”

“…….”

그 순간.

내내 인자하던 김철의 미소가 처음으로 움찔했다.

김철은 눈초리를 살짝 떨며 대답했다.

“……이건 그냥 평범한 탈모입니다.”

“그렇군. 그러고 보니 네 옆에 있는 다른 인간들은 머리털이 붙어 있군. 그럼 별조각에 다른 부작용은 없나?”

수호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돌렸다.

그러자 김철의 별조각이 박혀 있는 이마에 살짝 주름이 꿈틀거리며 이를 악물고 미소를 지었다.

“설마요. 애초에 부작용 같은 게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외신석은 저희 같은 미천한 인간들을 위해 신께서 내려 주신 은총 그 자체인 것을요.”



스아아아아-



그 말과 함께, 그의 이마의 별조각이 푸른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냈다.

“흐으읍.”

김철은 그 기운을 흠뻑 들이마시며 더없이 황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흐흐. 느껴지십니까? 별가루가 가지고 있는 힘을 증폭시켜 주는 수준이었다면, 외신석은 소유자의 힘을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 줍니다. 한마디로…… 고등한 존재로 거듭나게 되는 거지요!”



스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김철의 별조각이 푸른빛을 넘실거리며 점점 그의 기운이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단언컨대, 그 기운은 A급 헌터로 알려져 있던 김철의 마력 한계치를 아득히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외신의 신격을 몸에 받아들여 S급에 육박하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나이다.]

‘내가 그레이를 몸에 강신시키는 원리와 비슷하군.’

수호는 한눈에 별조각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표정을 어떻게 오해했는지, 김철은 더없이 자애로운 미소와 광기 어린 눈빛으로 수호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니, 볼칸 님께서도 저희와 함께하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외신께 경배하고 찬양을 드리는 것이야말로 필멸자들의 사명이자 숙명이랍니다.”

“필멸자의 사명이라. 그러면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지?”

수호가 피식 웃으며 슬쩍 운을 띄우자, 김철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을 번뜩였다.

“이미 알고 계실텐데요? 악마 귀족이신 볼칸 님께서 굳이 저희를 찾아오신 진짜 이유! 외신석을 이용해 악마들의 왕이 되고 싶으신 거지요?”

“……눈치가 빠르군.”

“허허허. 그동안 많은 악마들을 곁에서 봐 왔으니까요. 하급 악마들이야 악마 귀족이 되고 싶다지만, 볼칸 님의 목표라면 당연히 악마왕이실 테지요!”

[그, 그랬었어?!]

‘너까지 왜 이래.’

에실의 놀라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수호는 서늘한 시선으로 스윽 주변을 훑었다.

‘일단 이들 중에는 할아버지가 없다.’

수호는 외신교도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한 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신나서 전도를 하는 김철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이곳의 외신교도는 너희가 전부인가?”

“그럴 리가요. 다른 신도들은 전부 예배당에서 제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안내해라.”

“허허, 바로 예배당에 관심을 보이시다니! 역시 제 예상이 맞았군요. 저희와 함께 예배당에 가서 외신석을 받아들이시지요.”

김철은 수호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악마들 중에서도 누구보다 탐욕스러웠기에 ‘탐욕의 악마’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볼칸이다.

다른 악마 귀족들이 모두 사라진 지금, 그가 가장 탐하고 싶어 하는 것은 분명 악마왕의 자리일 테니까.

[그래서 언제 죽이실 생각이시나이까?]

‘기다려. 한 명도 도망치지 못하게 다 모였을 때…….’

옆에서 계속 김철을 기습해서 죽이자는 베르의 속삭임을 들으며, 수호는 외신교도들의 안내에 따라 도박장을 나와 예배당으로 향했다.

이윽고 수호의 앞에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김철이 그 거대한 문에 손바닥을 대자, 그의 별조각이 빛나며 그 육중한 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그그그그그-



그러자 수호의 시야에 드러난 넓은 돔 형태의 방.

그 안에는 납작 엎드려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기도문을 중얼거리는 외신교도들이 보였다.

그런데 이 엄청나게 넓은 공간이 왠지 비좁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었다.

‘저건……?’

수호의 눈이 이채가 떠올랐다.

예배당의 가장 안쪽.

그곳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자기 덩치만큼이나 거대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신상(神像).

“환영합니다, 볼칸 님. 이곳이 저희 외신교의 예배당입니다.”

김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훽-



예배당에 엎드려 기도하던 외신교도들의 고개가 일제히 들리며 수호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모두가 똑같은 표정으로 환하게 이를 드러내며 웃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입에서는 쉴 새 없이 기도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신께 경배하라. 신께 경배하라. 신께 경배하라. 신께 경배하라.”

“신께 찬양하라. 신께 찬양하라. 신께 찬양하라. 신께 찬양하라.”

“신앙심을 증명하라. 신앙심을 증명하라. 신앙심을 증명하라. 신앙심을 증명하라…….”

그리고.



쿠궁!



수호의 등 뒤에서 요란한 굉음과 함께 예배당의 문이 닫혔고.

문 앞에서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는 김철의 입에서 기도문의 마지막 구절이 흘러나왔다.



“이 규율을 지키지 않는 자, 살아 돌아갈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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