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Ragnarok (Novela) Capítulo 187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87화
 

 

그 누가 막을 수 있으랴.

벌레들의 왕, 역병의 군주.

퀘레샤의 가호가 수호와 함께하는데.



[퀘이가 ‘디버프 : 마비독’을 사용합니다.]

[퀘이가 ‘디버프 : 수면독’을 사용합니다.]

[퀘이가…….]



수호가 작정하고 승부를 조작하기 시작하자, 지하 격투장의 승부가 매우 편파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왜 저 인간 갑자기 다리를 절어?!”

“흐음. 어디서 발목이라도 접질렸나 보군. 역시 인간이란 나약해.”

“아닛! 저 인간은 왜 잘 싸우다가 갑자기 눈이 풀리는 거냐고!”

“흐음. 간밤에 잠을 설쳤나 보군. 역시 인간이란 나약해.”

“……?”

“……?”

“흐음. 이번에도 내 승리인가.”

스으윽.

수호는 참으로 뻔뻔한, 아니 근엄한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 모여 있는 판돈을 전부 자기 쪽으로 끌어왔다.

그렇게 점점 수호의 앞에 차곡차곡 쌓여 가는 별가루 주머니들을 보며…….

“이, 이럴 수가.”

내기에 진 악마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수호는 침착하게 상황을 살피며 에실과 대화를 나누었다.

[……의외로 콜로세움처럼 한 놈이 죽을 때까지 싸우게 하진 않네. 힐러까지 준비되어 있고.]

‘당연하지. 여기서 사람이 죽는 사람이 나왔다간, 양평에서 헌터들이 자꾸 실종된다는 소문이 퍼질 테니까. 블랙마켓 입장에서도 그걸 바라진 않을 거야.’

[그럼 진짜 이놈들의 목적은 뭘까? 여기서 죽은 헌터들의 시체들을 별가루의 재료로 쓰는 것도 아니라면…….]

‘그걸 알아보려고 이런 짓까지 하는 거잖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곳에 있는 악마들은 전부 수호보다 한참 약한 하급 악마들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수호가 이들을 바로 죽이지 않고 굳이 이런 번거로운 방식을 취하는 이유.

‘악마는 죽여 봤자 영혼을 추출을 할 수 없으니까.’ 

악마들을 상대로는 퀘이나 하르마칸 때처럼 죽여 놓고 영혼에게 대화를 시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최대한 살려 둔 상태로 제 입으로 정보를 술술 털어놓게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블랙마켓에 있는 악마들의 이목이 점점 도박장으로 집중되고 있는 사이에, 베르가 성일환을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가끔씩.

와그작.

“어? 여기 있던 마정석이 어디 갔지?”

“도, 도둑……?!”

사람들 시선을 피해 가판대에 올라와 있는 마정석을 하나씩 훔쳐 먹기도 했다.

‘슬슬 반응이 오는 것 같은데?’

수호의 말대로,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던 로토가 복잡한 표정으로 입술을 짓씹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본래 지하 격투장에 참전하는 헌터들은 모두 장비 없이, 등급과 체격이 비슷한 이들을 서로 싸움 붙이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더욱 치열하고, 잠깐의 방심이나 컨디션 난조로도 승부가 뒤집히기도 했다.

그런데 그 컨디션이라는 게 참으로…… 공교롭지 않은가.

‘어떻게 매번 볼칸이 패배를 예측한 놈들마다 컨디션이 안 좋은 거지?’

이게 바로 진짜 악마 귀족의 눈썰미인 걸까?

‘아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좀, 아니 아주 대놓고 수상했다.

“자, 이번에도 먼저들 선택하지그래.”

“…….”

“…….”

그렇다.

볼칸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기가 먼저 대전 상대를 선택한 적이 없었다.

무조건 모든 악마들이 제각각 양쪽에 판돈을 걸고 난 뒤에야, 비로소 가장 마지막에 판돈을 걸어 왔던 것이다.

그것도 베팅이 적게 되어 배당금이 높은 역베팅으로만.

마치 이 승부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아주 뻔뻔하게도 말이다.

그 결과.

지금 수호의 앞에는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보다 3배가 넘는 별가루 주머니가 쌓여 있었다.

……크득.

로토는 이를 갈았다.

‘뭔가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건 분명한데…… 대체 의도가 뭐지?’

아까부터 볼칸은 아주 보란 듯이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차라리 속임수를 쓸 거라면 적절히 승패를 섞기라도 할 것이지, 이렇게 대놓고 연전연승이라니!

그런데 문제는…….

이쪽에서 먼저 따질 명분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수작은 이쪽에서 먼저 부리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광혈독까지 써 가면서 주최 측에서 작정하고 승부 조작을 하고 있는데도, 승자는 언제나 볼칸이 고른 인간이었다.

‘게다가 광혈독에 중독시킨 인간들도 어느새 해독이 되어 있다. 볼칸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소문은 못 들었는데?’

그래.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그는 이런 장난질을 할 것도 없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자신들을 찢어 죽이고 잡아 먹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더더욱 그의 저의가 의심되는 것이었다.

‘설마…… 다 알고 찾아온 건가?’

볼칸을 주시하는 로토의 눈이 점점 가늘어졌다.

악마계에 널리 알려진 소문.

볼칸은 원래 말도 할 줄 모르는 하찮은 미물 출신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세계수의 잎사귀를 주워 먹고는 갑자기 한 지역의 지배자, 악마 귀족으로 성장하게 된 운이 더럽게 좋은 악마.

그게 바로 볼칸이었다.

그런데 그 전쟁에서 죽은 줄 알았던 반쪽짜리 악마 귀족이 갑자기 혈석을 만들 수 있게 돼서 나타났는데, 말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언어 능력이 생긴 것이 아니다. 지능 자체가 높아졌어.’

다짜고짜 이곳에 찾아와서는 순식간에 도박장의 분위기를 자신의 의도대로 주도할 정도의 깊은 심계.

‘설마 여전히 볼칸은 진화 중인가?’

‘세계수의 가호 때문에 전쟁에서도 가까스로 살아남은 건가?’

‘지배자들을 탄생시킨 세계수라면 능히 그럴 만한…….’

머릿속에서 수많은 상념이 둥둥 떠다닌다.

그 끝에서 로토는 결국 한 수 물러나기로 결심했다.

“후우. 알겠습니다, 볼칸 님.”

“……흠?”

갑자기 로토가 말을 걸어오자, 한창 신나게 별가루를 쓸어 담고 있던 수호가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혈석을 바란다면, 우리가 가진 패부터 까라는 말씀이시군요.”

“…….”

그 말에 수호는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로토는 수호의 앞에 산처럼 쌓인 별가루를 쳐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생각이셨다면, 처음부터 말씀을 해 주셨어도 됐을 텐데요. 굳이 이런 짓궂은 장난을 치시기 전에.”

“…….”

“별조각. 처음부터 그걸 원하셔서 찾아오신 겁니까?”

‘별조각?’

[별조각?]

순간 수호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지만, 결코 내색하지 않았다.

그러자 로토가 갑자기 자신의 상의를 주욱 찢더니, 가슴 한가운데 이식한 푸른 보석을 수호에게 보여 주었다.

“그렇습니다. 볼칸 님이 예상하신 대로 저희의 진짜 거래 품목은 이 별조각입니다. 미완성품인 별가루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지요.”

[그래서 별조각이 뭔데?]

‘글쎄. 단순히 별가루 굳혀 놓고 저렇게 으스대진 않을 것 같은데.’

에실에게 대답하며 수호는 최대한 무심한 표정을 유지했다.

드디어 쓸 만한 정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자,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수호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별조각이라……. 그래봤자 혈석의 대체재일 뿐이지.”

“후후. 과연 그럴까요? 역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 보니 궁금하시긴 했나 봅니다. 별조각의 성능이 얼마나 좋은지.”

로토는 한없이 우쭐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에 이식한 별조각을 쓰다듬었다.

“인간들에게 퍼뜨린 별가루 목걸이 따위를 보고 오신 거라면 큰 착각이십니다. 그딴 물건은 별조각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부산물에 불과하니까요. 뭐, 그 나름대로 쓸모가 있긴 하지만요.”

‘나름의 쓸모? 블랙마켓의 통행증 외에도 다른 기능이 있다는 말인가?’

느긋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지만, 지금 수호의 머리도 비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뭐, 물론 저희도 처음엔 단순히 혈석을 흉내 내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었습니다. 사실 악마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악마의 피에 외우주의 신격이 깃들었을 때 어떤 시너지가 일어나게 될지.”

외우주의 신격.

그건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안개를 말하는 것이었다.

푸른 안개는 차원의 벽을 녹이기 위해 외우주에서 보내오는 마력. 즉, 외신들의 힘이었으니까.

“뭐, 좋군.”

수호는 다시 느긋하게 등을 기대고, 자신의 앞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별가루들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이것들을 전부 걸지. 너는 지금부터 그 잘난 별조각을 걸도록.”

“하하. 그건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아무리 별가루가 많아도 별조각의 가치에는 비견할 수 없으니까요. 애초에 거래 단위가 다릅니다.”

[거래?]

꿈틀.

그 말에 울컥 분노하는 에실의 목소리가 수호에게 들려왔다.

이것이 귀족의 마음가짐이라면, 수호는 순순히 에실의 마음을 따라 주기로 결심했다.

“……거래라. 그거 재미있는 말이군.”

수호가 비릿한 미소를 짓는 순간.



[‘스킬 : 살기’를 사용합니다.]



후와아아악-!



“……크흑?!”

수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살기에 로토는 창백해진 안색으로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다른 악마들도 기겁하며 황급히 자세를 낮췄다.

엉겁결에 바닥에 납작 엎드려 수호에게 절을 하는 악마도 있었다.

“……이런 세상이 되었어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지.”

수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더없이 무심한 표정으로 로토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귀족은 어떤 거래도 하지 않는다. 그저 명령할 뿐.”

“…….”

덜덜.

로토는 수호의 손길이 자신의 가슴에 이식되어 있는 별조각을 툭툭 건드리는데도 살기에 짓눌려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그가 우악스러운 손길로 자신의 별조각을 몸에서 뜯어내 씹어 먹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수호는 그러지 않았다.

그랬다가 혹시라도 이 녀석이 죽기라도 하면, 정보를 더 알아낼 방법이 사라질 테니까.

수호가 손을 거두며 말했다.

“지금 내가 너희가 만든 놀이에 응해 주고 있는 이유는 그저 여흥이다. 만약에 내가 배가 고팠다면…….”



꼬르륵.



때마침 수호의 뱃속에서 울려 퍼진 소리에 도박장에 있던 모든 악마들은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크, 큰일 났다!’

‘볼칸이 굶주렸어!’

‘잡아먹힐 거야……!’

탐욕의 악마 볼칸의 먹성은 하급 악마들에게는 어마어마한 공포였으니까.

하지만 정작 수호는…….

‘음, 그러고 보니 오늘 바빠서 한 끼를 걸렀구나. 이건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

한창 볼칸의 메소드 연기에 물이 오른 수호는 조금 머쓱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할짝.

괜히 입맛을 다셔 보는 수호였다.

“……!”

그 순간 로토는 도박장의 관리자고 뭐고, 당장 여기서 도망치고 싶은 생존 본능과 싸워야 했다.

‘아, 아니야! 볼칸이 나를 잡아먹을 생각이었다면, 나는 벌써 죽고도 남았을 거다! 분명 이 악마가 이곳에 온 데에는 원하는 바가 있을…….’

꿀꺽.

‘있을…….’

또 군침을 삼키는 볼칸.

‘있을…… 까?’

탐욕의 악마 볼칸은 원래 먹고 싶으면 일단 입에 넣고 보는 놈인데?

“아, 알겠습니다!”

로토는 결국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마치 자신의 가슴에 심어진 별조각이 목숨줄이라도 되는 듯 간절히 움켜쥐며.

“그렇다면 별조각을 걸고 대전사 결투를 하시면 어떠십니까? 그 또한 분명 좋은 여흥이 되실 겁니다!”

“대전사 결투?”

우뚝.

그 말에 순간적으로 수호의 살기가 거둬졌다.

“예. 저희가 실험 삼아 별조각을 이식해 둔 헌터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 한 명을 선택하셔서, 대전사…….”

“인간들에게까지 별조각을 박았단 말이냐!”

“……!”

그 순간, 분노한 수호의 손이 로토의 목줄기를 움켜쥐었다.

로토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놀라 비명을 질렀다.

“아, 아깝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별조각의 연구를 위해서였습니다! 외신교도 동의했고요!”

우뚝.

‘찾았다, 이놈들.’

순간,

수호의 눈빛이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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