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Ragnarok (Novela) Capítulo 182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82화
쩌적!
파창창-!
지진이라도 난 걸까.
주변의 모든 유리창과 형광등이 폭탄처럼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갔다.
쿠구구구구구……!
장내는 완전히 혼돈 그 자체.
건물을 당장이라도 짜부라뜨릴 것 같은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헌터 협회 직원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 정도였다.
“……공격해!”
가까스로 살기를 버텨 낸 헌터 몇몇이 무기를 뽑아 들고 수호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쿵.
“크르렁!”
……!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늑대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사납게 포효했다.
“크라라락!”
[그레이가 ‘스킬 : 약자 멸시’를 사용합니다.]
[‘효과 : 공포’가 발동합니다.]
[대상들의 모든 능력치가 1분간 50% 감소합니다.]
실내를 가득 메우는 거대한 늑대의 등장에 헌터들은 사색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정도면…… 정말 작정하고 쳐들어온 것이 틀림없었다!
협회를 노리고 철저히 준비한 테러인 것이다!
그 충격적인 사실에 그들은 더더욱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아니, 세상에 대체 어떤 미친 빌런이 헌터 협회에 쳐들어온단 말인가!
그 유명한 황동수라도 이런 미친 짓거리는 벌이지 않을 것이다!
‘대체 뭘 노리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어째서?’
‘대체 왜?!’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지금 여기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치밀어 오르는 공포심을 간신히 억누른 채 맹목적으로 눈앞의 빌런을 향해 돌격했다.
……쾅!
“커헉!”
하지만 돌격과 동시에 그들은 거대 늑대의 앞발에 후려쳐져 뒤로 튕겨져 나갔다.
속수무책으로 벽에 처박히는 동료들의 모습에, 협회 직원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죽는다.’
그들은 직감했다.
절대적인 죽음이 자신들의 앞에 도래했음을.
“크아악!”
그때 수호의 앞에 떠올라 있던 민대석 지부장이 모든 마력을 끌어올려 필사적으로 전신을 짓누르는 살기에 저항했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이를 악물고 수호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너,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 흐어억?!”
순간.
수호가 앞으로 손을 뻗자, 민대석의 몸이 빨려 들어가듯 수호의 앞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수호의 손이 그의 목덜미를 꺾어 버릴 것처럼 다가오자, 민대석은 결국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뚜둑.
하지만 수호의 손이 뜯어낸 것은 그의 목덜미가 아니라, 그의 목에 걸려 있던 목걸이였다.
“묻겠다.”
서늘한 목소리.
그 악마 같은 음성이 귓가를 파고들자 민대석은 공포에 질려 몸서리쳤다.
……오싹.
겁에 질린 그의 동공 위로 수호의 사나운 눈빛이 똑똑히 새겨졌다.
“너는 대답해라.”
수호가 그가 걸고 있던 목걸이를 그의 얼굴 앞에 들어 보이며 물었다.
“이 별가루 목걸이, 어디서 났지?”
별가루 목걸이.
외신교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물건이 어째서 협회의 지부장이라는 인간에게 있단 말인가.
지금 수호의 머릿속에선 별별 상상이 다 되고 있었다.
외신교와 협회는 대체 무슨 관계인지.
그리고 한때 아버지와 동료였다던 우진철 협회장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그런데 그때.
수호의 물음에 민대석이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사, 샀습니다!”
“샀다?”
수호의 고개가 모로 꺾였다.
그 공포스러운 모습에 민대석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황급히 말을 바꿨다.
“죄, 죄송합니다! 사실은 공짜로 받았습니다!”
“공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진짜 값을 치르겠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사장님께서 한사코 손에 쥐여 주시는 바람에……!”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 민대석의 비굴한 눈빛이 주변에 흩어져 있는 부하 직원들에게로 돌아갔다.
“게다가 저만 받은 것도 아닙니다! 다른 직원들도 전부……!”
“……!”
저 물귀신 같은 놈!
명색이 직장 상사라는 놈이 부하들까지 끌어들이다니!
민대석의 갑작스런 폭로에 그의 부하 직원들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리고 황급히 자신들이 걸고 있던 별가루 목걸이를 손으로 가리거나 뜯어냈다.
그런데 정작 그 모습들을 본 수호의 얼굴은…….
지금까지의 삭막하던 무표정이 조금 깨져 있었다.
그가 다시 물었다.
“어떤 사장님을 말하는 거지?”
“……예?”
순간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민대석이 비굴한 표정으로 수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저 혹시…… 상인회에서 나오신 거 아닙니까?”
“…….”
“저희가 별가루 목걸이를 거기서 협찬받았…….”
“……후.”
화들짝.
수호의 작은 한숨에도 몸을 떠는 민대석이었다.
이내 수호의 손이 아래로 까딱였다.
그러자 민대석의 몸이 다시 허공을 두둥실 날아가 근처에 보이는 의자에 털썩 강제로 앉혀졌다.
“……?”
그리고.
드르륵-
의자 바퀴가 저절로 굴러가며, 민대석은 조신하게 앉은 자세 그대로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
“……?”
그 모습을 본 협회 직원들의 얼굴에 일제히 의아한 표정이 떠올랐다.
숨 막히는 공기.
숨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을 만큼 긴장되는 분위기 속에서, 그들의 모든 시선이 본능적으로 수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갔다.
그 한가운데서, 수호는 민대석 지부장의 책상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 맞은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덜덜 떨고 있는 민대석을 바라보며 당당히 이곳에 온 용건을 꺼냈다.
“지부장님 되십니까. 민원 접수하러 왔습니다.”
“……예?”
그 순간.
거짓말처럼 모두의 숨통이 트였다.
일대를 짓누르고 있던 모든 살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하지만 민대석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미, 민원이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무래도 저희 할아버지가 실종되신 것 같습니다. 혹시 아시는 바가 있습니까?”
“……?”
그제야 멈춰 있던 민대석의 머리가 삐걱대며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미친 빌런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상황을 기억 속에서 되돌려 보자, 더더욱 미친 결론이 도출되고 말았다.
“저기, 혹시…… 성일환 씨의 손주분 되십니까?”
“예. 저는 우진 길드의 사장 성수호라고 합니다.”
“그럼 빌런이 아니신……?”
“빌런이라뇨. 저는 협회 공인 빌런 사냥꾼입니다.”
“……예?”
수호는 당당히 자신의 명함과 함께 빌런 사냥꾼 자격증을 내밀었고.
“꾸어엉!”
거대한 늑대가 거짓말처럼 몸집이 점점 작아지더니, 도도하게 코를 치켜들고 수호의 발치에 엉덩이를 붙이며 앉았다.
그 일련의 모습을 본 민대석의 머릿속이 삽시간에 혼란스러워졌다.
주변에 얼빠진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던 직원들을 포함해서 전부.
‘아니,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고작 민원 접수하겠다고 이 지랄을 떤 거라고?!’
물론 차마 이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용감한 사람은 없었다.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들을 눈치챈 수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가 가족의 실종에 좀 많이 예민한 편입니다.”
“아, 아뇨. 아닙니다. 가족이 실종되시면 충분히 누구라도 그러실 수 있…….”
수호의 사과에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대꾸하던 민대석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하루아침에 난장판이 되어 버린 협회 사무실.
유리란 유리는 다 깨지고, 형광등은 천장에서 덜렁거리며 귀신 나올 것처럼 불꽃이 파직, 파직…….
충분히 그러실 수 있다고 공감해 주기엔, 수호의 등 뒤로 보이는 광경이 너무도 처참했던 것이다.
‘……이런 짓을 벌이고선 빌런이 아니라고?’
상대가 빌런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자, 한발 늦게 민대석의 가슴속에서부터 열불이 치밀어 올랐다.
사태가 수습되자, 갑자기 부하 직원들 앞에서 자신이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에 급격한 쪽팔림이 찾아온 것이다.
오냐. 네놈이 대단한 힘을 가진 헌터라는 것은 잘 알겠다.
하지만 한국은 엄연히 법치 국가 아닌가!
‘나이도 어린 새끼가 마력 좀 높다고 감히 이딴 짓을 저질러? 협회를 뭘로 알고!’
민대석은 주먹을 움켜쥐고 수호를 확 노려봤다.
‘우진 길드의 사장 좋아하시네! 내가 책임지고 네놈을 반드시 빌런으로 만들어 주마!’
협회의 지부장 정도 되면 그 정도 권한은 충분히 내세울 수 있……!
그러다 수호와 눈이 마주치자, 민대석의 고집스러운 표정이 삽시간에 풀어졌다.
“……크흠. 파손된 집기들은 변상해 주시길 바랍니다.”
“당연히 그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잠시 후.
수호의 할머니 박경혜와 성진아가 협회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난장판이었던 사무실이 말끔히 정리된 뒤였다.
형광등 몇 개가 여전히 깨져 있는 상태였지만, 그 아래서 수호는 할머니와 고모와 함께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 먼저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지난 며칠 동안 박경혜 씨의 민원을 반려시킨 이유는, 성일환 씨가 실종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민대석은 부하 직원들이 그동안 조사했던 내용을 토대로 수호에게 변명하듯 설명해 주었다.
“듣기로…… 성수호 씨의 할아버님, 성일환 씨께서는 평소 취미가 낚시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혼자 낚시를 하는 것을 즐기시는 데다, 길면 2박 3일도 다녀오신다고 하시더군요.”
“그건 맞아요.”
박경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갈라지는 양평에는 한적한 낚시터가 상당히 많았다.
덕분에 성일환은 양평으로 온 이후, 시시때때로 낚시를 즐기러 나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어요.”
“어떤 점이 이상했나요.”
“표정이요.”
“……박경혜 할머님, 그런 추상적인 생각은 수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여튼 노인들을 상대하는 일은 이렇게 답답하다니까.
바로 한숨을 내쉬는 민대석이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수호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 찔끔 표정 관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남편분께서 대체 무슨 표정이셨는데 그러십니까.”
“우리 남편이…… 그런 표정을 지었던 적이 지금까지 딱 세 번 있었어요.”
“그게 언제죠?”
“처음은 우리 아들이 가출을 했을 때예요.”
움찔.
그 말에 옆에 있던 수호의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중학생 때, 갑자기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쪽지 하나를 남겨 놓고는 가출을 했었어요. 무려 2년이나.”
박경혜는 씁쓸한 표정으로 지나간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때 너무 놀라서 당장 경찰서로 달려가려는 저를 남편이 말렸었죠.”
아들이 실종됐는데도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던 남편의 태도가, 박경혜는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처음엔 화가 났고, 그다음엔 답답했다.
아들이 갑자기 가출했는데, 어느 부모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런데 아니었다.
박경혜와는 달리 성일환은 너무나 침착했다.
하지만 박경혜가 자신의 남편이 냉정하다고 탓하기에는…….
당시의 성일환의 표정이 당장이라도 울컥 쏟아지려는 감정을 가까스로 참아 내는 것 같아 보였던 것이다.
결국 박경혜는 기어코 경찰서에 찾아가 실종 신고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일환은 따로 자신의 아들을 찾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제가 밖에 나가서 실종 전단지를 붙이고 다니는 것도 말리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 아들을 믿어 줍시다.
……그 말을 내뱉던 남편의 표정을 떠올리며 박경혜가 말을 이었다.
“결국 우리 아들은 2년 뒤에 무사히 집에 돌아왔어요. 그러다 어른이 돼서는 5년 전에 또 실종됐어요. 그것도 이번엔 부부가 함께.”
“…….”
“그때도 우리 남편이 똑같은 표정으로 나를 진정시키더군요. 이번에도 아들을 믿어 보자고.”
박경혜의 말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 표정이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수호는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베르, 어쩌면 할아버지는…….’
[예. 아무래도 진즉부터 기억이 돌아오셨던 것 같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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